시 ‘괴물’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4일 “날조해 글쓴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는 없었던 일을 날조해 글을 쓰지 않았다”며 “제가 괴물의 추태에 대해 동아일보에 보낸 글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시 ‘괴물’에 이어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고발문을 통해 고 시인의 추태를 낱낱이 폭로했다. 최 시인은 “천정을 보고 누운 그가 바지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며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봤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최 시인의 폭로가 잇따르자 이를 반박하는 이들의 주장도 나왔다. 당시 최 시인의 고발문에 ‘술집 마담’으로 등장한 한모씨는 “최 시인이 소설을 썼다는 게 팩트”라며 “고은 시인은 그런 부류가 아니다. 승려 출신이라는 자긍심이 항상 있었고, 입으로 수없이 기행과 성희롱 발언을 언급했을지언정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워 바지 지퍼를 내리고 아랫도리를 손을 넣고 만지는 그런 추태를 했던 건 아니다”고 썼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고 시인도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의 (성추문) 혐의와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나에 대해 일부 인사들이 제기한 상습적 성추행 의혹은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내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앞으로도 명예를 지키며 계속 집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