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에 폭행까지…“박중현은 제2의 이윤택” 명지전문대 37人의 고발

입력 2018-03-04 16:52

남자 교수진 전원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재학생 37명의 진정서가 공개됐다. 학생들은 “학과장 박중현 교수는 제2의 이윤택이었다”며 피해 내용을 자필로 폭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박 교수는 안마를 빌미로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일삼고 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일부 학생이 학교 측에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연극계 진출을 위해 무대 경력이 중요했던 학생들 사이에서 박 교수는 마치 왕처럼 군림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생들의 자필 진정서는 4일 조선일보를 통해 공개됐다.

박 교수는 학내의 영상편집실을 개조해 안마받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3~4시간씩 박 교수를 안마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일어났다. 박 교수는 “안마는 여자가 해야 한다”며 항상 여학생을 지목했다. 한 학생은 “수치스럽고 무서웠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최고 권력자인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까지 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강의 도중 바닥에 매트를 깔고 여학생 불러내 안마를 시켰다. 학생들이 실습 연기를 하고 있는 앞에서 안마하는 여학생의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 한 남학생은 “교수가 제자를 희롱하는 장면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며 “그 날의 내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성희롱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뱉었다.

학생들은 박 교수가 성폭력뿐만 아니라 폭행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박 교수는 심지어 지난해 1학기 종강 총회 때 비비탄 총을 들고 일명 ‘인간 사냥’을 하며 학내를 돌아다녔다. 복도에서 청소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신체를 겨냥해 비비탄 총을 쏘는 식이었다. 총알에 맞은 학생 몸에는 멍이 들었다. 학생들은 또 “(박 교수가) 남학생들에게 머리를 때리는 등의 폭행과 폭언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가위바위보로 성적을 주거나 누군가가 안마를 거절하면 수업을 하지 않는 등의 만행을 반복했다. 연극계나 연예계 진출을 꿈꿨던 학생들은 경력에 한 작품이라도 더 추가하기 위해 박 교수 집 앞에 찾아가 강의를 계속해 달라고 사정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도 알고 있었으면서 무시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종강 후 교수평가 설문에 박 교수의 성추행 내용을 적었지만 학교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조교가 다 알면서도 ‘교수님이 부르신다’며 여학생을 떠밀어 안마하게 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의 상습적인 성추행은 페이스북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고발 글이 게시되며 드러났다. 이후 박 교수는 자필 사과문을 학교 측에 제출했고 지난달 26일부터 모든 보직에서 해임 처리됐다. 뒤이어 같은 학과 교수인 배우 최용민씨의 성추행 폭로 글이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학교 측은 즉시 사실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이 학과 교수들의 성추행 의혹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전임 교수 5명 중 3명과 시간 강사 1명 등 남성 교원 모두가 성추행 의혹을 받아 학교 측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