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女컬링팀 ‘한국 딸기’ 칭찬에… 日 장관 “원래 일본 품종”

입력 2018-03-04 15:25
여자 컬링 일본 대표팀 주장 후지사와 사츠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의 한국 딸기 칭찬에 일본 관련 부처 장관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사이토 겐 농림수산상이 기자회견에서 “화제가 된 한국 딸기는 일본 품종이 뿌리”라고 말했다고 3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이토 장관은 “선수들이 한국산이 아닌 일본산 딸기를 먹었다면 기분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먹은 딸기는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딸기는 과거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을 가져다 교배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다”며 “품종이 유출된 시기는 일본의 품종 보호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10여년 전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 한국 딸기를 맛있게 먹는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선수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고 칭찬했다. 일부 일본 네티즌은 이에 “한국 딸기는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라고 지적하며 품종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사이토 장관은 “주요 품종에 등록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확실한 대책을 세우고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의 한국 딸기 칭찬에 대해 불거진 품종 논란을 보도한 아사히신문. 사진=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소비되는 딸기는 대부분 일본 품종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2005년 자료에 따르면 ‘레드펄’ ‘아키히메’ 등의 일본 품종이 국내 시장의 85.9%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의 ‘식물 품종 재산권’ 규정에 따라 10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일본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결국 정부에서 딸기 육종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에 나섰고 2005년 ‘설향’이라는 품종이 나왔다. 설향의 재배 비율은 2007년 28.6%로 시작한 뒤 2014년엔 78.4%까지 오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딸기 품종은 대부분 설향이다.

하지만 일본 농림수산성은 일본의 딸기 수출이 한국으로 인해 매년 40억엔(약 411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의 한 관계자도 “일본산 딸기가 2012년까지 한국으로부터의 '품종 보호'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며 “한국에서 재배하는 딸기의 90% 이상이 일본 품종을 바탕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