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정은 생각 직접 들어보려 특사 파견”… 金·트럼프 ‘간접대화’ 시작

입력 2018-03-04 15:15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대북 특사 파견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쪽 최고위급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급’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뜻한다. 김정은을 직접 만나서 북핵 및 북미대화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는 것이란 설명이다.

청와대는 대북 특사단 파견 계획을 발표하며 “사절단은 5일 방북해 6일 돌아와 귀국 보고를 한 뒤 조만간 미국에 갈 것”이라며 “사절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함께 간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가서 김정은의 생각을 직접 들은 이들이 곧바로 미국에 날아간다는 건 ‘김정은의 말’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하려는 목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험악한 ‘북핵 말싸움’을 벌였던 두 사람이 한국의 특사단을 매개로 이제 ‘간접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정의용 실장을 수석단장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은 5일 방북해 1박2일간 평양에 머문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여정 특사’의 방남 때에 상응하는 의전과 교류를 예상한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특사단은 실무진까지 포함하면 총 10명 규모다. 단원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사절단 파견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파견한 데 대한 답방”이라라며 “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서해직항로를 통해 방북한다”고 밝혔다.

또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교류 활성화 등 포괄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절단은 6일 오후 돌아와 귀국 보고를 한 뒤 조만간 미국으로 간다. 정의용 실장은 특사단 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미국과 가장 잘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방북 결과를 놓고 중국 일본과도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사단의 방북 대화 일정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누구를 만날지 최종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지난번 김여정 특사가 방남했을때 대통령이 직접 만났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거의 성사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여정 특사 방남 과정을 복기해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여정 특사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방북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하며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했다.

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두 차례 방남하며 모두 2박3일간 머물렀는데 대북 특사단은 1박2일 일정으로 가는 것과 관련해 “북측 방남은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이란 추가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2박3일이 됐던 것이고, 이번에는 대화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