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재학생들에게 “가해자에 공개사과 요구 말라” 공지 논란

입력 2018-03-03 23:47


연세대학교가 재학생들에게 최근 대학가에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적정한 피해자를 향한 사과’가 아닌 ‘공개사과’를 요구하지 말라”며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지 메일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연상 연세대 인권센터장은 지난 2일 이메일에서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학교는 대학 강의시간 중 차별과 혐오표현들을 돌아보고 문제점들을 함께 개선해나가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곧 “다만 학생들의 문제제기의 형식들이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달라”며 “일부의 생각만으로 정확한 조사절차 없이 적정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대중에 대한 공개사과요구는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쪽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 다른 쪽의 인권을 침해하는 길이 되지 않도록 학생 여러분들의 사려 깊은 인권운동이 전개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 측이 개강을 맞아 교수를 대상으로 한 미투 발언을 경계해 미투 움직임을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 이모(25)씨는 “해당 메일은 수업 중에 성희롱을 당했던 피해자에게 ‘대자보 형식으로 공론화하지말고 가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개인적으로 사과를 받아라’고 당부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생 석모(26·여)씨는 “미투 운동은 그간 피해 사실을 숨겼던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통해 용기를 냈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었다”며 “정확한 조사절차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학교 측은 교수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까 두려워 미투 운동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측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내용을 수정해 재발송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