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자 61명이 2일 사법연수원에 입소했다. 1971년 서울 서소문에 문을 연 이후 대한민국 법조인의 요람 역할을 해온 사법연수원이 배출할 마지막 법률가들이다.
사법연수원은 2000년대 초반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으며 매년 네 자릿수 안팎의 법조인을 배출해 왔다. 하지만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문을 열고 사시 폐지가 예고되면서 연수생은 매년 크게 감소했다.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 대강당.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은 입소식에서 연수생 한 명 한 명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 사법연수원 47년 역사의 마지막 단체 입소식이다. 한때 연수생들과 가족들로 가득 찼던 대강당은 이날 좌석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여느 입소식 때와 다르지 않았다. 성 원장은 이탈리아 테너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 ‘Because We Believe(믿기 때문에)’ 후렴구를 직접 부르며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빛나기 위해 태어났다. 연수생들과 2년간 행복한 동행을 하겠다”고 했다.
연수생들의 평균 연령은 33.9세로 지난해(33세)보다 조금 높았다. 최고령자는 46세, 최연소자는 21세였다. 여성 연수생은 26명(42.62%)으로 역대 최고 비율을 보였다. 서울대가 15명, 한양대가 7명, 고려대와 성균관대가 각 6명, 연세대와 이화여대 각 5명 순이었다.
사법연수원은 신임 법조인을 양성하는 유일한 국가기관이었다. 사시 합격자 수가 늘면서 연수원 위치도 서소문에서 82년 서울 서초동으로 이동했고, 2002년엔 경기도 고양의 신청사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2004년엔 36회 사시 합격자가 처음으로 1000명(1009명)을 넘겼다. 이후 사시 합격자는 서서히 줄며 2016년 109명까지 떨어졌다.
사법연수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연수원은 이미 법조인 연수·교육 기관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34명의 연수원 교수들이 매년 2000명 이상의 판사를 대상으로 법관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법보좌관과 재판연구원, 법조 경력 3∼5년 이상 신임 법관에 대한 교육도 실시 중이다. 연수원 관계자는 “미국 등 외국 법관 연수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외국의 연수 제도를 연구하고 국내 제도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