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북 특사 매머드급 대표단으로 구성 방침

입력 2018-03-03 06:37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는 북핵 문제가 중대 분기점을 맞은 점을 감안해 대북 특사단을 관련 부처 고위 관계자가 대거 포함된 매머드급 대표단 형식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이번 대북 특사단은 북·미 대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등 유관 부처의 고위직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사 파견 목적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에 대해 북한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정부 기관과 릴레이 회담을 했던 걸 생각하면 된다. 실무선에서 이야기하는 수준은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특사는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고위급 내각 인사 및 참모가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남 특사로 파견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급에 맞는 인사가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사는 남북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 관계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북한과 국제정세에 정통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인사여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특사로 정치인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두 번이나 내려온 상황에서 북핵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매주 오찬회동을 하고 있고, 임 실장도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정 실장은 한·미 관계를 확고히 다진 일등공신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 정세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북한을 잘 아는 데다 남북 회담 경험도 많아 후보로 꼽힌다. 임 실장이 주재한 지난 11일 김여정과의 만찬에도 정 실장과 서 원장, 조 장관이 참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 실장과 서 원장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대북 특사로는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 자유한국당은 ‘친북’이라는 이유로 임 실장과 서 원장, 조 장관의 특사 발탁을 반대하고 있다.

대북 특사가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9일) 전 파견된다면 북한이 패럴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다시 내려 보낼 개연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의 평창패럴림픽 대표단장으로 임명된 커스텐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과의 접촉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북 특사 파견에 따른 북·미 간 후속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이 만나기로 했던 것을 생각해보라”며 “현재 상황은 우리가 미국에 단순히 ‘대화를 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단계는 넘어섰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