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지기 지저스터치] 지옥불과 커피

입력 2018-03-02 11:18 수정 2018-03-02 11:22

얼마 전 스타벅스에서 겪은 일입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든 남성이 추운 테라스로 나가더니 어깨에 멘 확성기로 찬송가를 크게 틀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손님들을 향해 팻말을 들어보였습니다. 직원이 제지하자 그는 확성기를 껐을 뿐 한동안 팻말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손님들 사이에서는 “어휴, 비호감!” “내가 믿고 싶어도 저렇게 될까 두렵다니까!” 이런 웅성거림이 이어졌습니다.

페북지기 지저스 터치 다섯 번째 이야기 주제는 노방(路傍)전도입니다. 지난달 22일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노방전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틀간 100여건의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미션 페친들의 반응은 반감 일색이었던 그때 스타벅스의 분위기와는 달랐습니다. 복음 전파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직접 내린 지상명령인 만큼 나쁘게만 봐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상냥하게 복음을 전해도 불쾌한 경험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을 먼저 보실까요. 전도는 하나님의 사명이므로 어디서 이뤄지든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최종덕씨는 “전도로 전하려는 복음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복음”이라면서 “동의하고 영접하는 자에게는 물론이고 비록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복음 자체의 완전성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전도 방식은 지혜롭고 겸손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일부 거부감이 들더라도 영혼을 구원하는 일인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호응을 얻었습니다. 성창학(Changhak Sung)씨는 “지하철 등에서 ‘예수 천국, 불신 천국’을 외치는 분들을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외치는 자가 있어야 듣는 자가 있다. 실천할 수만 있다면 전도는 모든 것이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방전도에는 동의하지만 공격적인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피켓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식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김보언씨는 “복음을 전하는 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말씀으로 무장하고 밝은 표정으로 나서야 한다. 고민을 이야기하면 함께 들어주고 기도를 해주거나 전이나 와플을 나눠줘도 좋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임병욱씨는 찬양 버스킹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아예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도하는 일을 피하자는 페친도 있었습니다. 박미선씨는 “간단한 대화조차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말을 건네야만 하는데 믿을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일은 모르는 사람에게 청첩장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노방전도를 부정적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누군가 손가락질을 한다면 “영혼을 구하려고 나선 분들 아닙니까. 당신은 저렇게 남을 위해 소리쳐 본 적이 있나요”라고 얘기해줄 용기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아쉽습니다. 조금만 방법을 달리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뜨거운 지옥불에 빠진다며 소리 치고 겁주는 사람보다 뜨거운 커피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요.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