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그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경천동지할 일 세 가지’ 중 일단을 털어놨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17대 대선 때 당락을 좌우할 큰 실수를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또 경천동지를 언급한 배경도 설명했다. 다만 김 여사의 ‘큰 실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17대 대선 당시 김 여사가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실수를 해 ‘집권하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각서와 사재를 털어 금품을 제공하고 입막음했다”고 밝혔다. 17대 대선 당시 이 후보 최측근이었던 정 전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지난 1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 나왔다. 그는 “17대 대선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세 번 벌어졌는데 후유증이 대선까지 갔다”고 폭로했다. 얼마 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는 “경천동지할 세 가지 일이 다 돈 문제”라고 했고 같은 날 오후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는 “김윤옥 여사의 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김 여사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엔 경천동지할 일이 김윤옥 여사가 사고를 친 것이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김 여사의 사고와 관련된 인물들은 실제로 대선이 끝난 뒤 각서를 근거로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청와대와도 접촉했다. 정 전 의원은 “그 친구들이 MB 정부 출범 후에 찾아왔다”며 “인쇄 등 기획 일을 한다고 해 당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도와주라고 했더니 그냥 대충해서 보낸 모양이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자꾸 괴롭히기에 청와대 가족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경찰 출신 김모 행정관에게 연결해 줬다. 그 후 보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경천동지’ 얘기를 꺼낸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낸 김희중씨의 검찰 조사 직후 나온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 성명’을 보고 분노했다고 한다. 그는 “김희중은 MB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실수 한번으로 내쳤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떳떳한 것처럼 하는 것을 보고 나서 어이가 없어서 그런 얘기를 했다”며 “사실 MB와 나만 아는 것이 있잖겠는가. 적어도 본인은 알 텐데, MB는 공사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권력의 사유화’란 말을 내가 처음 만들어 냈다.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이라고 했잖나. 국민은 MB는 실제로 돈이 많은데,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왜 그러냐고 욕한다. 병적이다. 돈이 신앙인 것이다”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에서 누군가 선을 대서 내게 한 번 연락이 왔다.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엮이긴 싫었다”며 .“아마 MB가 구속되더라도 거기(김윤옥 여사)까진 안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지간하면 가족을 같이 구속하지는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