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 서대문형무소서 치른 까닭

입력 2018-03-02 06:16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ㆍ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독립문까지 행진한 뒤 만세 삼창을 한후 독립군가를 부르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제99주년 3·1절 기념식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처음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수많은 독립운동가, 민주화투사들이 옥고를 치렀던 장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준비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행사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하던 관행을 깨고 서대문형무소에서 행사를 열었다.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의 의미와 함께 기념식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역사·문화 행사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선언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뒤 서대문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뒤 서울 서대문구 주도로 박물관 조성사업이 추진돼 98년 역사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박제화된 기념식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기념식을 하고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역사관에 도착해 옥사를 직접 관람했다. 기념사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강우규 박재혁 최수봉 나석주 이봉창 열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도 차례로 언급했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만세 행진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과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400m 구간을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기념식에 참석한 아이들과 함께 행렬 맨 앞에서 직접 대형 태극기를 한 손으로 잡고 행진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두루마기를, 김정숙 여사는 흰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행진에는 독립운동가 초상과 ‘자주독립’ ‘자유평화’ ‘독립만세’ 등이 적힌 만장이 뒤를 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독립문 앞에 도착해 시민들과 만세 삼창을 외쳤다. 록밴드 ‘크라잉넛’은 ‘독립군가’를 불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도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 참석해 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행진한 적이 있다.

문동성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