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주년 3·1절 기념식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처음으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렸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수많은 독립운동가, 민주화투사들이 옥고를 치렀던 장소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준비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행사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매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하던 관행을 깨고 서대문형무소에서 행사를 열었다. 국가 유공자 예우의 의미와 함께 기념식을 시민이 참여하는 역사·문화 행사로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선언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 ‘경성감옥’이란 이름으로 세워졌다. 이후 서대문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구치소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뒤 서대문구 주도로 박물관 조성사업이 추진돼 1998년 역사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박제화된 기념식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는 기념식을 하고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형무소 역사관에 도착해 옥사를 직접 관람했다. 기념사에서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강우규 박재혁 최수봉 나석주 이봉창 열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도 차례로 언급했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만세 행진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시민들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400m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기념식에 참석한 아이들과 행렬 맨 앞에서 직접 대형 태극기를 한 손으로 잡고 행진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한복 두루마기를, 김정숙 여사는 흰색 두루마기를 입었다. 행진에는 독립운동가 초상과 ‘자주독립’ ‘자유평화’ ‘독립만세’ 등이 적힌 만장이 뒤를 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독립문 앞에 도착해 시민들과 만세 삼창을 외쳤다. 록밴드 ‘크라잉넛’은 ‘독립군가’를 불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에도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 참석해 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문까지 행진한 적이 있다.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