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핑’기술 MRI 영상으로 심장질환 예후 예측

입력 2018-03-01 13:06
국내 연구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예후를 자기공명영상(MRI) 진단검사로 예측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본원 순환기내과 이승표(사진 왼쪽) 교수와 강남센터 이희선(오른쪽) 교수 연구팀이 2011~2015년 사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은 환자 127명을 대상으로 심장MRI 정보에 ‘T1맵핑’기술을 입혀 측정한 ‘심근T1값’으로 심장근육의 섬유화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이 피를 잘 내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좁은 판막 틈으로 피를 내보내기 위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근육은 섬유화로 비대해진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 나타나고, 급사의 위험도 있다.

또 MRI는 강한 자기장 형성시 인체에서 되돌아오는 자기파를 측정해 영상을 얻는 장비다. 자기파가 돌아오는 시간은 섬유화, 염증, 경색 등으로 주변조직의 상태가 좋지 못하면 늘어나고, 반대일 경우 줄어든다.

이때의 시간을 ‘T1값’이라고 하고, 이 T1값을 컬러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T1맵핑’이라고 한다. 이 T1맵핑 영상을 보면, 심장근육의 섬유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심장근육의 섬유화현상은 대동맥판막협착증 예후와 관련해 중요한 인자로 여겨진다.


[사진]
좌심실 단면 T1맵핑. 붉은 색 원으로 별도 표시한부분이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관련된 심장근육 부위다.
왼쪽사진에서 황색변화가 진할수록 근육의 섬유화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심장근육의 T1값이 높다).



반면 청색이 진한 오른쪽 사진은 근육의 섬유화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때 심장근육의 T1값은 낮게 측정된다.


현재 대동막판협착증 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검사는 심장초음파검사다. 하지만 이 심장초음파 검사는 심장근육의 섬유화 정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RI검사와 심근T1값 맵핑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심근T1값이 높을수록 대동맥판맥협착증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연령, 증상 여부, 심근손상 정도 등 기존에 알려진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위험인자와 심근T1값을 함께 분석하면, 수술 후 결과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조사대상자 127명 중 대동맥판막 치환수술을 받은 환자 87명을 추가로 분석해보니, 수술 전 심근T1값이 가장 높은 그룹에선 수술 후 사망 및 심부전 악화로 인한 응급실에 다시 입원하는 경우이 4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심근T1값이 가장 낮거나, 중간 수준 그룹에서는 그런 사례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승표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질환의 상태와 진행 속도, 환자의 증상과 동반 질환 등을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예후 예측을 가능케 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료를 받는 인원은 2011년 이후 연평균 12.8%씩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남성 환자는 5,033명으로 2011년 2,794명 이후 매년 12.5%씩 늘고 있다. 여성의 경우도 같은 기간 3,044명에서 5,648명으로 연간 13.2%씩 늘었다. 연령대별 진료인원은 70대 이상이 전체 66.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1%, 50대가 8.4%로 뒤를 이었다.

이희선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부분 퇴행성이 원인이라 예방하기 쉽지 않으며, 고령화되는 현대사회에서 환자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슴통증, 호흡곤란, 두근거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JACC 카디오바스크 이미징(Cardiovasc Imag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