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임제한 철폐’ 첫 보도했다가… 된서리 맞은 신화통신

입력 2018-03-01 08:5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철폐’ 개헌 추진을 처음 보도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 소식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면서 신화통신 사장까지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이후 보도통제로 시 주석 업적을 홍보하는 보도가 부쩍 늘었다.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은 충성맹세를 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28일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주석 임기 관련 뉴스를 먼저 내보낸 신화통신에 당 최고위층이 격분한 것으로 안다”며 “당국은 이 보도를 중대한 ‘정치적 실책’으로 보고, 편집자와 관련 책임자 해고는 물론 차이밍자오 신화통신 사장 문책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자극적인 보도를 삼가고, 외국 언론이 인용될 뉴스는 내보내지 말라는 당국의 구두지시도 받았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25일 오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국가주석과 부주석 임기의 2연임 초과를 제한한 헌법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짧은 영문 뉴스로 보도했다. 이후 저명 학자와 기업인 등의 장기집권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일각에선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는 중대한 뉴스인데 이를 문제 삼는 건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중국의 ‘인터넷 차르’로 군림하다 최근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한 루웨이 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신화통신 출신이고, 차이밍자오 현 신화통신 사장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 전 통일전선부장과 가까웠던 사이여서 구 정권의 잔존세력 일소를 위한 빌미로 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 인사는 “언론 통제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고, 정권이 자신감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도통제가 강화되면서 관영 매체들에선 ‘개헌 지지’ 보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개헌안에 대한 비난 여론은 ‘중국 굴기’를 견제하려는 서구의 악랄한 비방”이라며 단결을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공산당원의 사명을 위하여’라는 시 주석 홍보 영상까지 제작해 보도했다. 이 영상은 시 주석을 공산당 혁명열사로 청렴함과 애민을 실천한 자오위루에 빗대면서 시 주석의 정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개헌안이 ‘인민의 선택’이라는 점을 선전하는 기획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다.

인민해방군이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개헌에 지지를 표명했다. 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전군의 장교와 병사, 무장경찰부대가 개헌 제안에 굳건한 지지를 나타냈다”면서 “모든 병사와 모든 중국 민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