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도 재판도 ‘무시 전략’… “뉘우치지 않음의 극단”

입력 2018-03-01 08:07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최종변론 기일에도 나오지 않고 대리인에게 의견서를 대독시켰다. 헌재는 검찰과 특검 수사 때부터 비협조적이던 박 전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0월 재판장 면전에서 재판 거부를 선언한 건 구속기간 연장에 대한 반발이자 정치적 목적도 담은 승부수였다. 이후 1심 심리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재판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이런 대응이 결국 선고 형량을 가중시키는 자충수가 되리란 관측이 많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그동안 “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국선변호인 5명 선임 뒤 42일 만에 재개한 공판에도 불출석하자 “또다시 출석을 거부하면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끝내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사선변호인에게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13일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반성 없는 태도를 주요 양형 이유로 명기했다.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을 모두 부인해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로서는 최씨보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받는 태도가 훨씬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최씨는 몇 차례 공판에 불출석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항변을 했어도 선고 때까지 재판 절차에 따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자체를 무시해 피고인 신문도 진행되지 않다. 지난해 8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돼 법원이 구인장까지 발부했음에도 수용실에서 버티며 집행을 거부했다. 한 변호사는 “뉘우치지 않음의 극단을 보여준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검찰 역시 징역 30년을 구형하는 논고에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하며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최씨에게 내려진 징역 20년 이하 선고를 바라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판부가 공범인 최씨의 뇌물 혐의 중 유죄로 인정한 72억9427만원만 해도 양형기준상 권고형이 최소 징역 11년이다. 이를 비롯해 18개 혐의 중 15개가 앞선 공범들의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에 더해 사법 절차를 무시한 태도도 선고 형량을 올리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