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리아에 화학무기 물자 및 미사일 기술자 수출

입력 2018-02-28 22:23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만들 수 있는 각종 금수 물자를 수출하는 한편 미사일 기술자 등을 직접 파견한 것이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양국의 커넥션을 집중 조명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이달 초 언론을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됐지만 이날 두 신문의 보도로 좀 더 상세한 내용이 밝혀졌다. 대북제재위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점검하고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기구로 8명의 전문가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행 및 위반 감시 사항을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 품목 이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금수 품목 가운데는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 사용되는 내산성 타일과 특수 밸브, 온도 측정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월 내산성 타일을 실은 두 척의 선박이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중 해상에서 유엔 회원국에 의해 차단되면서 알려졌다. 이 선적은 무기 수출을 관장하는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메탈릭 매뉴팩처링 팩토리’가 체결한 5건의 인도 계약 가운데 일부였다.

북한은 또 2016년 8월 미사일 전문가를 시리아에 직접 보내면서 화학무기 생산에 필요한 특수 밸브와 온도 측정기도 전달했다. NYT는 북한이 2007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도울 목적으로 전문가를 시리아에 보냈는데,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북한과 시리아 간 커넥션은 1960~1970년대 중동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당시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시리아 공군과 비행임무를 같이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 기술자들이 여전히 시리아의 각종 군사 시설에서 일한다고 밝혔으나, 시리아는 국내에 북한 기술자가 없으며 시리아에 있는 북한인은 모두 체육 분야 종사자라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유엔은 북한이 시리의 화학무기 개발을 도운 대가로 핵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며 보다 강화된 국제사회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