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어뱅크스에 있는 알래스카대학교에는 모든 성별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1인용 화장실’로 즉, 화장실 역시 남녀 구분 없이 ‘1인’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여성, 남성, 장애인 등 차별 없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학교 측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오래 전부터 떠올려왔던 아이디어’인 ‘남녀 공용 화장실’을 현실화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의 우려에 화장실 내부에 높은 칸막이가 들어차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없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른 건물 화장실도 모든 성별이 함께 쓸 수 있는 화장실로 바꿀 계획이다.
왜 이런 시도를 한 걸까. 알래스카대학 측에 따르면 이 설계는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다.
이미 미국에서는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어 왔다. 뉴욕 한 미술관에도 이런 화장실이 있다.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그게 누구든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존스홉킨스대와 미시간주립대 역시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 유명 레스토랑과 주요 관공서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애틀과 버클리, 산타페, 필라델피아 등에서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 ‘1인용 화장실’ 관련법이 통과됐고, 이 움직임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성별 구분 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계도 무너뜨렸다는 점이 더 의미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이성 불가침 공간으로 여겨졌던 화장실 벽에 무너지면서 반대 여론도 거세다.
아무리 그래도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곳에 남녀를 함께 둔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다. 화장실에서는 탈의와 남녀 중요부위 노출이 이뤄지는 장소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분리’되어야 맞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서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이 등장했다가 뭇매를 맞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