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간질성 방광염의 한방치료

입력 2018-02-28 11:00 수정 2018-02-28 17:13





손기정


일중한의원
원장

김모(34·여) 씨는 몇달 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속적인 빈뇨와 배뇨통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하루에 수십차례 이상씩 반복되는 빈뇨와 배뇨통 때문에 김씨는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어려워져 얼마전 다니던 직장에 병가까지 낸 상태라고 했다.

김씨를 괴롭히고 있는 병은 다름아닌 ‘간질성 방광염’이다. 증상으로 인한 고통이 매우 크지만, 치료도 잘 되지 않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난치성 방광질환 중 하나이다.

간질성방광염은 근육으로 이루어진 방광벽이 섬유화되면서 방광 용적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배뇨통과 빈뇨가 일어나는 병이다. 방광벽에 왜 섬유화 현상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 증상은 빈뇨, 절박뇨, 하복부 통증 등이다. 심한 경우 1시간에 10회 이상 소변을 보러 가게 되며,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잔뇨감으로 개운하지가 않다. 배뇨 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방광 점막에 발적, 출혈, 궤양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복부 통증이나 빈뇨가 심할때는 우울감이나 불면증이 동반되기 일쑤이다.

간질성방광염 환자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은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 세균 감염에 의해 생긴 방광염이 아니라 원인불명의 방광벽 섬유화 현상으로 인해 방광용적이 감소한 병이어서 항생제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다. 항콜린제,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을 처방해도 치료효과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간질성 방광염 환자들이 한방 치료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간질성 방광염에 대한 한방치료는 섬유화로 손상된 방광 근육을 회복시키고, 방광 기능을 정상화시키는데 주력, 빈뇨와 통증의 개선을 도모하는 원리다.

필자가 지난 2012년,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간질성 방광염 환자 25례에 대한 임상적 고찰)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임상보고서 중 하나다.

연구결과 한방치료를 받은 25명의 여성 환자 모두 한방 치료를 받은 후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6%는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필자가 주로 사용한 처방은 축뇨탕(축뇨제통탕)이다. 이 탕약을 위주로 침술과 뜸술, 봉침을 병행했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나이는 평균 53.3세였다. 이들이 간질성 방광염으로 고생한 기간은 평균 5년9개월로 조사됐다.

축뇨탕(축뇨제통탕)은 신장과 방광 기능을 보하는 육미지황탕에 20여가지의 약재를 가미한 한약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인맞춤 처방을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육미지황탕은 각종 만성 비뇨기과 질환의 치료에 주로 쓰이는 처방이다. 대식세포(大食細胞,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등 면역 증강 효과를 나타낸다는 보고도 있어 더욱 주목을 받는 한약이기도 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