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담에 “모든 선행 중 효가 그 첫째”라는 말이 있습니다. 90세 어머니가 식욕을 잃자 10년 넘게 어머니만을 위한 요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의 효행이 중국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중국 안후이성 보저우 궈양현에 사는 천웨이는 올해 50세로 4남매 중 막내입니다. 가정 형편때문에 14세 때 학교를 중퇴했습니다. 1960년대 천웨이의 부모는 어떻게든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기르던 돼지와 옥수수를 팔아 500위안(약 8만5000원)을 마련해 궈양현 읍내에 작은 가게 하나를 냈습니다. 1년여 장사를 했지만 돈을 벌기는 커녕 200위안 넘게 빚을 지기만 했습니다. 천웨이는 “가게는 아주 작았고, 방이 따로 없어 네 아이들은 밤이면 이웃집에서 쪽잠을 자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 시절 생활은 힘들었지만 어머니는 항상 갖은 방법으로 식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식재료도 한정된 상황에서 어머니는 매번 방법을 바꿔 정성껏 조리를 했습니다. 천웨이는 “어머니는 비록 글도 못읽었지만 언제나 자상하고 재주가 좋았다”면서 “늘 국수를 뽑고 만두를 빚고 다양한 음식을 하는 어머니 때문에 집안 음식은 언제나 풍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천웨이는 성장 후 유리공예와 건축재료, 도료 관련 기술을 배워 공장을 세우고 1990년대 수백만 위안의 재산을 모았습니다. 막 번창하려던 시기 큰 좌절을 겪었다고 합니다.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큰 빚까지 졌습니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가족들이었습니다. 천웨이는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형편은 나날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십니다. 그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후회가 큽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부친이 돌아가신 뒤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폐결핵이었는데 보양을 하지 못해 더욱 악화됐습니다. 어머니가 나날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드시며 만년을 행복하게 보내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천웨이의 어머니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70세에 담낭염과 담결석을 앓기 전까지 어머니는 음식이며 집안 일이며 모두 손수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병에 걸린 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식욕을 잃었습니다. 평소 어머니는 과일을 즐겼고 시고 매운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과일은 레몬이었습니다. 천웨이는 식욕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레몬 케이크’를 연구해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요리 책을 구입하고 부단히 연마했다”면서 “만들어 맛보고 다시 조정하고, 그렇게 백번 만에야 성공했다”고 합니다.
만드는 데만 8~10시간이 걸린다는 레몬 케이크는 어머니의 입맛을 되살렸습니다. 어머니는 신맛을 좋아하지만 너무 신 것도 안됩니다. 그래서 밀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중화시켰습니다. 튀기는 불의 세기도 잘 다스려야 합니다. 너무 덜 익어도 안되고 너무 익어도 안됩니다. 천웨이는 공들여 개발한 레몬 케이크로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1차 심의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천웨이는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쁘긴 하지만 최소한 매주 한번은 어머니에게 맛잇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춘제(春節) 때도 특별한 요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붕어를 좋아하십니다. 어머니 입맛에 맞게 간장을 쓰지 않고 붕어 특유의 풍미가 살아나도록 요리했습니다. 또 어머니가 좋아하는 매운 닭발 요리도 해드렸습니다.
시고 매운 음식이 담낭염이나 담석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천웨이는 “어머니는 이미 90세”라며 “어머니 기분만 좋아질 수 있다면 뭐든 먹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음식 외에 천웨이는 매일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합니다. 또 매일 출근 전과 퇴근 후 어머니와 꼭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합니다. 그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좋아했지만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해 늘 아쉬웠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레몬 케이크는 천웨이의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입니다. 천웨이와 레몬 케이크의 이야기가 인민일보와 중국의소리 방송 등의 SNS를 통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레몬 케이크를 먹는다”면서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그들의 칭찬하는 눈빛에 항상 감동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