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1심 결심공판이 진행된 27일에도 법정 대신 10.08㎡(약 3.05평) 크기의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지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전날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자필로 써서 교도관에게 건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행 호송버스가 출발할 때도 수용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식사로는 소고기 뭇국, 닭개장, 순두부국 등이 끼니마다 제공됐고 박 전 대통령은 평소대로 소량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읽기도 했다고 한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평상시와 특별히 다른 동향은 없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며 재판 거부를 선언한 이후 칩거에 들어갔다. 유죄 가능성이 높아지자 법정 공방 대신 옥중 정치 투쟁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때까지 박 전 대통령이 혐의와 관련해 법정에서 한 발언은 “나중에 상세히 밝히겠다”는 게 전부였는데 결국 그의 증언 없이 1심 심리가 끝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초기부터 변론을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족 친지 정치인 등 외부인들을 일절 만나지 않았다. 다른 수용실과 분리된 독방에서 외따로 지내며 거의 온종일 방 안에서만 보냈다고 한다.
최근까지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한 유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아휴 그런 날(출소하는 날)이 오겠어요’라며 씁쓸해 했다”며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날은 유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치소 측은 징역 30년이 구형된 후 박 전 대통령과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 당국은 통상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구형 또는 선고된 수용자를 상대로 심리상담을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의 재판도 거부할 공산이 크다. 그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20대 총선에서 당내 경선·공천에 개입한 혐의로도 각각 기소돼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