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했다. ‘스캔들’로 불려온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역겨운 권력 남용(gross abuse of power)”이었다고 주장했다.
르윈스키는 1995년부터 97년까지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성적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나 의회 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22세였고 클린턴은 그보다 27살 많은 나이였다. 이 사건은 전례를 찾기 힘든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큰 파문을 낳았다. ‘지퍼 게이트’ ‘르윈스키 스캔들’ ‘테일게이트’ 등으로 불렸다.
르윈스키는 미국 잡지 배니티 페어 최신호에 ‘미투 운동’의 관점에서 당시 사건을 회고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제 44세가 된 그는 이 글에서 클린턴과의 성적 관계가 ‘동의 하에’ 이뤄지긴 했지만 거기에는 대통령과 인턴이라는 “엄청난 힘의 격차(vast power differentials)”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스캔들의 이면이 ‘권력’이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당시 나는 ‘동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후 (클린턴 대통령과의 관계를) 매일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적었다.
“동의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권력관계와 그의 직위, 나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그 ‘어떤 일’은 무엇을 뜻하나. 그는 내 보스였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보다 27살이나 많았고 그만큼 삶의 경험도 훨씬 풍부했다.”
르윈스키는 스캔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언급했다. 그는 미투 운동의 한 리더로부터 “스캔들 당시 당신은 매우 외로웠을 것”이란 위로를 받았을 때 너무 감동해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1998~99년 미국 뉴스를 장악했던 스캔들 이후 침묵하던 르윈스키는 2014년부터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사이버 폭력의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라고 표현하며 이를 추방하자는 캠페인 등에 동참해 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