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공무원, 벌금 300만원 이상 확정 즉시 ‘퇴출’

입력 2018-02-28 09:14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청소년 단체 회원과 일부 학부모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초·중·고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촉구하고 있다.최현규 기자

내년까지 4946개 기관서 피해 특별점검 진행키로
교육부, 태스크포스 구성… 은폐·축소 정황 드러나면 현장 실사에 나설 방침

국민 88.6% ‘미투’ 지지

성폭력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형 확정 즉시 공직에서 퇴출된다. 성희롱으로 징계 받은 경우 관리자 직위 보직도 제한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100일간 공공부문 대상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내년까지 전국 4946개 공공기관을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 추진현황 및 보완대책’을 마련해 27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지난달 29일 검찰 발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와 대학가 등 사회 각계로 확산되자 나온 긴급 대책이다.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에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 범죄’로 규정된 당연퇴직 규정을 ‘모든 성폭력 범죄로 인한 300만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로 개정키로 했다. 고위직 공무원의 승진과 신규임용 교육 때 성범죄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직급에 상관없이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성희롱으로 징계 받은 공무원은 실·국장 등 관리자 직위에 가지 못하도록 보직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협의체도 구성키로 했다.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대책 추진점검단’ 설치도 검토한다. 당장 다음 달부터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4946곳에서 성폭력 피해 특별점검을 한다. 정부는 기관 내 피해경험, 사건 조치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시에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각 부처 기관에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성희롱 고충처리 옴부즈맨’을 운영토록 했다. 영세한 사업장에는 변호사와 노무사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처리 솔루션 위원단’을 보내 2차 피해 방지를 돕는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 되지 않도록 논의하느라 지체돼 죄송하다”며 “국가가 결코 성희롱 피해자들의 고통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자체적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단장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중요 사안에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조사반을 구성키로 했다. 학교 현장의 성폭력 사안을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활성화하고 센터에 접수된 사안은 해당 대학이나 교육청에 이첩해 조사토록 했다. 은폐·축소한 정황이 드러나면 정부가 현장 실사를 할 계획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주 20∼50대 성인남녀 106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88.6%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사안을 심각하게 봤다.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 20대는 62.1%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50대는 49.4%만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미디어연구센터 관계자는 “젊은층이 주로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민감도가 기성세대보다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는 ‘가해자 징계와 처벌 강화’(36.5%)가 꼽혔다.

이택현 이도경 강주화 기자 alley@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