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지우기’ 시작됐나… 성추문 후폭풍 갈수록 거세져

입력 2018-02-28 07:20 수정 2018-02-28 07:58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서울기록문화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개관식에서 고은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뉴시스

동료 문인 성추행 의혹을 사고 있는 고은 시인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 될 모양새다. 서울도서관은 고은 시인의 기념공간인 ‘만인의 방’ 철거에 나섰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발행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8일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3층에 고은 시인의 안성 서재를 재구성해 만든 ‘만인의 방’에 가림막을 치고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전부 치울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이 과거 여성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이어지자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만인의 방을 대체할 방안이 확정되면 바로 철거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고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은 시인의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 1개, 고등학교 교과서 10개 등 11개 작품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부총리는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출석해 고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와 관련해 “저작권을 갖고 있는 발행사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고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할 생각이 없느냐'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부총리는 "고은 시인의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 1개, 고등학교 교과서에 10개 등 총 11개가 실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그 저작권은 발행사가 갖고 있다"며 교과서 발행사와 삭제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재차 전했다.

한편, 시 ‘괴물’로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은 괴물선생 최악의 성추행을 추가로 폭로했다.

최 시인은 이날 동아일보를 통해 공개한 자필 고발문을 통해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서울 탑골공원 인근의 한 술집에서 선후배 문인들과 술을 마시다 뒤늦게 온 고 시인과 동석했다가 겪은 추태를 고발했다.

최 시인은 “천정을 보고 누운 그가 바지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며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봤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적었다.

최 시인은 또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며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를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썼다. 최 시인은 당시 자신과 함께 다른 젊은 여성시인이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아무도 ‘괴물 선생’을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