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6)이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을 구형받았다. 국정농단의 주범임이 인정돼 ‘공범’ 최순실(62)씨보다 5년 많은 형량이자, 현행법상 유기징역의 최대치를 구형받은 것이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극과 극의 반응으로 대립구조를 세웠고, 바른미래당은 민주당과 같은 선에서 공감하면서도 미세한 온도차를 보였다.
◆ 더불어민주당 “매우 당연”…박 전 대통령 공판 불참도 ‘비판’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혐의의 무게를 생각하면 매우 당연한 구형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진실한 사죄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은 지난 4월 기소된 지 317일 만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박 전 대통령이 결심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질타하기도 했다. 백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회피하더니 결심공판에서도 불참했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사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있을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 바른미래당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구형량, 무겁지 않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에서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순실을 통한 권력 사유화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한 죄 등 18개의 혐의사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국민들의 법 감정으로는 결코 무겁다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국민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의무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구형에 이은 법원의 엄정한 판결을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격분한 자유한국당…“차라리 사형이 덜 무례”
“잔인해도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느냐”는 문장으로 논평을 시작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구형을 ‘사형보다 더 잔인한 구형’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차라리 사형을 구형하는 것이 무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탄핵 당해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이라는 검찰의 구형은 이 정권의 구미에 딱 맞는 형량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을 향해 겨누던 화살 끝을 현정권으로 돌려 비판한 것이다. 장 대변인은 “법원의 냉정한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며 논평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구형 논고에서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최종책임자’ ‘국가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준엄한 사법부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다수의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씨 딸 정유라(22)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이재용(50)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한 혐의도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 국정농단 관련 혐의는 18개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