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안 무력화하고 휴전은 ‘독자 명령’…안하무인 ‘짜르’ 푸틴

입력 2018-02-27 17:04 수정 2018-02-27 17:08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동 구타 지역에서 포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뉴시스)


‘짜르’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 결의를 무시하다시피 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시리아 내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허점투성이로 만들어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기만적인 행보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자의적인 ‘인도주의 휴전’ 명령을 내렸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음날인 27일 하루 동안 ‘인도주의적 휴전’을 명령한다고 발표했다. 휴전 시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한국시간 27일 오후4시부터 오후9시)다. 러시아 측은 이 시간 동안 시리아 현지 주민들이 폭격을 피해 이른바 ‘인도주의 지대’로 대피해야 한다면서 시리아 적십자사가 이를 마련하고 안내 유인물과 휴대전화 문자, 영상 등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국제사회의 비난을 비껴가기 위한 면피성 조치에 가깝다. 휴전 시간 자체도 5시간에 그친 데다 피난 경로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어 피란민들이 실제 대피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러시아는 24일 유엔 안보리에서 해당 지역에서의 30일 휴전 결의안이 통과된 뒤에도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동 구타 지역에 집중 폭격을 계속해왔다.

시리아 의료구호단체 연합(UMCRO)에 따르면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병원 2개가 폭격을 맞았다. 앞서 지난주에는 약 540~560명이 폭격으로 사망했다. 동 구타 지역의 반정부 활동가 피라스 압둘라는 뉴욕타임스에 “이곳에 휴전이란 없다”면서 “아사드군(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 전투기가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휴전을 촉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해당 결의안이 테러단체를 상대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과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누스라전선과 연관되었다며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또 결의안에는 시행 일시 역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채 ‘지체없이(without delay)’라는 문구만 들어가 있다. 당초 스웨덴과 쿠웨이트가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는 결의안 통과 72시간 내에 휴전을 시행한다고 명시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이 부분이 빠졌다. 고의로 결의안에 허점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제러미 브라운 BBC 중동 지역 에디터는 “러시아의 휴전명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제대로 시행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시리아 정부의 핵심 동맹인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강대국 러시아를 등에 업은 시리아 정부군은 안하무인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다음날 동 구타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아동 1명이 숨지고 최소 13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동구타에 염소(鹽素)가 쓰였다는 날조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유포됐다”며 시리아 정부군을 비호하고 나섰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