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내내 한국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추가로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왔다. 주인공은 피겨여왕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2011년 이후부터 스포츠 외교 전면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김연아보다 더 상징적인 스포츠 스타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IOC 위원 자리는 25일 제132차 IOC 총회서 장훙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 돌아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IOC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한국 IOC 위원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료들의 투표를 받아 선출된 유승민 선수위원 1명밖에 없었다. 2022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도 IOC 위원이 2명이다.
한국은 역대 최고로 평가되는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따라서 한국에서 IOC 위원이 추가로 탄생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당연히 주인공은 김연아였다. 2011년 더반 IOC 총회에서 환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2018 평창 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탰고, 2014년 소치 올림픽이 끝나고 바흐 위원장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해 11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임명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스포츠 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그리스 아테네 성화인수식에도 참가했고, 미국 뉴욕 UN 본부를 찾아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안 채택에도 힘썼다.
따라서 김연아가 중국 쇼트트랙 선수 양양A 뒤를 이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했다. 양양A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IOC 위원에 임명됐다. 동료들이 뽑는 선수위원이 아니라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명 가능한 위원이었다. 이 경우도 8년의 임기를 부여받는다. 그 임기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끝난다. 따라서 김연아가 그 뒤를 이어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 IOC 위원이 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중국 IOC 위원이 들어왔다. 장훙 선수였다. 2014년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3명의 IOC 위원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 유승민 위원이 IOC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김연아가 추가로 선출되기는 힘들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IOC 헌장에 그런 세부사항은 없다. 한국이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했다면 가능했을 부분이다.
반면 중국 ‘스포츠 외교력’을 십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자들은 평창 올림픽에서 “장훙이 IOC 위원이 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스포츠 외교력을 동원해 이미 장훙의 자리를 굳혀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