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재판에 넘겨진지 317일 만에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유기징역 최고형을 요청한 것이다. 공범 최순실(62)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만큼 더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면서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벌금 1185억원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30년은 최씨보다 5년 높은 구형량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구형은 구속기소 약 10개월, 5월 23일 첫 재판 9개월 만이다.
이날 직접 최종의견 진술 및 구형에 나선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과반수 득표한 대통령임에도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방기했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재벌개혁, 반칙과 특권을 해소하기 바라는 국민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민 쌈짓돈으로 형성된 국민연금을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동원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공분을 안겼다”면서 “이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 가치 재정립을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 결심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박 전 대통령 공소사실은 모두 18개다. 이 중 15개는 최씨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범 재판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하게 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와 정부 부처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 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은 3월 말이나 4월 초로 예상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