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진 시신, 피어오르는 연기’… 日 위안부 학살 영상 최초 발견

입력 2018-02-27 14:54
사진/영상=유튜브 'Chorong Park'

일본군에게 학살당한 위안부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영상을 발견한 연구팀은 살해된 여성들이 조선인 위안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27일 열린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콘퍼런스’에서 일본군에게 살해된 위안부의 시신이 쌓여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19초 분량의 이 영상은 1944년 9월 중국 원난성 텅충에서 미·중 연합군(이하 연합군)이 찍은 것이다. 영상에는 일본군에게 학살당한 위안부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중국군 병사가 시신을 매장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학살당한 위안부가 조선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박정애 동국대 연구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과거 공개된 자료를 살펴봤을 때 영상에 등장한 여성들이 조선인 위안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자료는 서울대 연구팀이 2016년 발굴한 ‘위안부 학살 현장 사진’을 말한다. 사진은 1944년 9월 15일 연합군에 의해 촬영됐다. 연합군은 촬영 전날인 14일, 약 3개월간 공격해 온 원난성 텅충의 일본군 점령지를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곳엔 일본군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다. 사진 속 시신의 옷차림과 영상 속 시신의 모습이 정확히 일치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중국군 병사도 두 곳에 모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사진과 영상이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연합군 문서에도 영상 속 시신들이 조선인 위안부임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나온다. 연합군은 문서에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고 기록했다. 13일은 텅충이 함락되기 하루 전이다. 따라서 이때 일본군에게 학살당한 조선인 여성들 시신을 연합군이 다음날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을 거란 추측이 성립된다.

박 교수는 “참혹했던 역사를 단지 문서로 보는 것과 영상을 함께 접하는 것의 무게감은 다르다”며 “일본군 만행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 실체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을 채워줄 자료가 처음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일본군의 위안부 가해 책임을 물을 자료들은 많이 발굴됐다”며 “일본은 책임을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