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도난 된 박문수 가문의 서찰들을 구입해 창고에 은닉한 김모(65)씨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어사 박문수가(家)의 서찰 1047점을 구입, 집 창고에 숨겨왔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된 서찰 1047점은 2008년 8월 충남 천안 고령박씨 종중재실(宗中齎室·묘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에서 도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문화재 절도범은 검거할 수 있는 단서가 없어서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위 '나까마(무허가 문화재매매업자)'인 김씨는 도난 된 서찰을 구매한 뒤 2014년 6월 허가받은 문화재매매업자 나모(70)씨에게 판매했다.
이후 나씨가 지난해 3월 국사편찬위원회에 매도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도난품이라는 것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김씨가 수사기관 조사에 대비해 주변 매매업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에 회수된 문화재는 1700~1800년대 후반까지 약 200년 동안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朴文秀·1691∼1756)의 고령박씨 문중의 편지들이다. 박문수의 후손 암행어사 박영보(朴永輔·1808∼1873)와 그 아들들이 주고받은 서찰이다.
서찰을 분석한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1047점 중 어사 박문수가 직접 받은 서찰은 71통으로 이 서찰을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박문수 어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소장은 "박문수 어사는 유명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남은 문집이 없다"며 "이 서찰의 사실적인 기록을 통해 신화적인 인물로만 알고 있던 박문수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