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밀도 낮을수록 뇌동맥류 발생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18-02-27 09:57 수정 2018-02-27 10:28
골밀도가 낮을수록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폐경 후 여성이나 50세 이상 남성에서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신경과 박경일(사진)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 연구팀은 2004~2015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만2785명의 뇌MRI와 골밀도 검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 전체 연구 대상자 중 3.7%(472명)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됐는데, 이를 골밀도 측정 수치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을 때 골밀도가 가장 낮은 그룹은 골밀도가 가장 높은 그룹보다 뇌동맥류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중 골밀도 저하 위험군인 폐경 여성 또는 50세 이상 남성 8722명 중에서는 4.6%(398명)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그런데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T score –1미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뇌동맥류의 크기도 더 크고 개수도 여러 개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8배 높았다.

뇌동맥류는 뇌의 혈관 중 약화된 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성인의 약2~5%에서 발견된다. 대부분의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지만 부풀어 오른 혈관이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지게 되면 약 40%가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파열 위험도를 평가하여 크기변화를 추적 관찰하거나 시술 또는 수술을 통해 조기에 파열을 예방할 수 있다.

그동안 뇌동맥류는 주로 40대에서 60대 사이에 주로 발생하며 특히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골밀도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는 본 연구가 세계 최초이다.

연구팀은 뼈와 뇌동맥벽에 콜라겐과 같은 세포외 기질 성분이 공통적으로 분포하며 이러한 성분의 손상이 골다공증과 뇌동맥류의 발생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에 착안해 두 질환 간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박경일 교수는 “기존에 알려졌던 뇌동맥류의 위험요인, 즉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뇌동맥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물론, 갱년기 이후의 골밀도가 낮은 여성과 중년이상의 골밀도가 낮은 남성들은 뇌동맥류의 조기발견을 위해 뇌MRA 촬영을 고려해봄직하다”고 당부했다.

또 정근화 교수는 “뼈 건강 측정을 통한 뇌동맥류 발생 기전의 이해는 향후 동맥류 발생과 파열 위험도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뇌동맥류 치료의 실마리를 밝히는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