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끝났는데 ‘흰 코끼리’ 어이 할꼬… 평창시설 철거? 활용?

입력 2018-02-27 08:33
관리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 메인스타디움은 패럴림픽이 끝난 뒤 일부 철거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에서 본 오각형의 올림픽 스타디움 모습.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철거 대신 기념관 방안 거론 … 현재 형태 유지 가능성 낮아
도시발전 도움 유치 경쟁 옛말… 개최국 부채·적자 후폭풍

‘미국프로풋볼(NFL) 스타디움에 드는 비용 중 70%가 세금’이라는 이론으로 유명한 미시간대 스포츠매니지먼트 분야의 주디스 그랜트 롱 교수는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을 1시간 이용하는 데 1000만 달러가 든다”고 지적했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신설된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은 건립에 1억900만 달러(약 1170억원)가 들었는데, 패럴림픽 이후 허물어질 예정이었다. 애초부터 지붕도 없이 철거가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진 공연장이기도 했다.

축제가 끝나면 안주인은 계산서를 작성해야 할 처지다.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등은 일단 ‘흰 코끼리’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흰 코끼리란 신성한 존재로서 희소가치가 있지만 값비싸고 쓸모없는 존재를 비유한다. 계속 먹이기 힘들다면 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를 철거하는 대신 기념관으로 보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개폐회식장이 현재의 형태 그대로 유지될 확률은 낮다.

올림픽이 근대화한 1896년 이후 올림픽 유치는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여져 왔다. 도로와 대중교통 등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대회 이후에는 유명 관광지로 자라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개최지의 비극’이 뚜렷해졌다. 2012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은 올림픽 경기장을 현지 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는데, 개조 비용이 건립 비용만큼 많이 들었다. 2016년 하계올림픽 이후에는 브라질 리우의 경기장들이 끔찍한 폐허로 변한 모습이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됐다.

잠깐의 감동 이후 오랜 적자에 시달리는 모습이 일반화하면서 세계 도시들의 올림픽 개최지 경합은 옛말이 됐다. 2004년 하계올림픽의 개최지 선정 때만 해도 12개의 도시가 경쟁했지만, 2020년 올림픽을 두고서는 5곳만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은 단 2곳 중 1곳이 낙점된 사례다.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결정되는 장면은 특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파리로 결정하면서, 파리와 경합했던 LA를 2028년 올림픽 개최지로 한꺼번에 발표했다. 2028년 개최를 희망하는 도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평창올림픽의 경우 ‘알뜰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 유치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민심을 예민하게 살필 필요가 없는 체제 하의 두 도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학계는 “올림픽 유치의 장기적 효과는 과장됐고, 많은 주최국은 많은 부채를 안게 된다”고 지적한다. 잠깐 사용할 경기장 제반 시설은 점점 첨단화되고 화려해진다. 9·11 사태 이후 나날이 증가하는 테러 대비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사후 관리와 지속적인 재정 투입 문제는 최근 아시안게임을 치른 한국의 인천과 부산에서도 공통적으로 포착된다. 평창·강릉의 경기장 시설과 운영 경험을 공공 이익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투자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은 정부와 체육계의 과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투명하고 경제적인 해산 및 청산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조직위, 관련기관 등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