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을수록 나쁜 일자리로…” 현실 속 김지영들의 한숨

입력 2018-02-27 02:04

아이 키우는 30대 여성의 현실을 그려낸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26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 실현을 위한 타운홀미팅’에는 수십 명의 현실 속 김지영들이 참석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왔다는 두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낳을수록 나쁜 일자리로 밀려나는 현실을 알려줬다.

“정규직 직장이 있었지만 100일된 아이를 두고 출근할 수가 없어서 회사를 그만 뒀다. 아이가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보내고 비정규직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둘째를 가지면서 다시 회사를 나왔다. 둘째가 어린이집 가면서 알바를 하게 됐는데, 내년에 첫째가 학교에 가게 돼 그 일도 못하게 됐다.”

이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알바 일자리를 가진 적이 있는데 너무 행복했다”면서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넷째를 임신 중이라는 다둥이엄마는 “다둥이가정이라서 남들보다 지원을 많이 받긴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의료비가 많이 든다. 넷째를 낳다보니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돼 양수검사에만 100만원이 든다. 어린이집은 무료지만 특기비(특기·적성교육비)가 한 달에 10만원씩, 4명이면 40만원이 들어간다. 다둥이가정에 더 많은 혜택이 있어야 한다.”

육아는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육아휴직 중인 한 아빠는 “1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음 달 복직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추석에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보육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줘야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앞으로 5년간 해마다 공공임대주택 1만7000호를 공급해 주거문제를 해소하고, 직장맘이 언제든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반장’(아이돌보미)을 1만명까지 늘려 보육 공백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