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만난 지 약 한 달 만에 이별했다.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세라 머리 감독과 북한 박철호 감독도 포옹했다. 북한 선수들은 떠나는 버스 안에서, 한국 선수들은 버스 밖에서 창문을 통해 손을 맞대고 작별 인사를 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15명은 26일 오전 11시38분쯤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수속을 밟고 오후12시33분쯤 북측으로 출발했다.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 관계자 4명, 나머지 북한 선수단 30명, 응원단 229명, 기자단 21명도 함께 귀환했다.
남북 단일팀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도착하면서 결성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결정된 단일팀 소식에 여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한 한국 선수들이 급하게 투입된 북한 선수들 때문에 출전 기회를 잃는 게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남북 단일팀은 쏟아지는 우려 속에 지난달 28일 첫 합동훈련을 했다.
훈련은 머리 감독의 지휘와 박 감독의 협조로 다소 순탄하게 흘러갔지만 경기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단일팀은 지난 1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첫 예선전 경기에서 스위스에 0대 8로 대패했다. 사방에서 “급조된 팀에게 예고된 참사”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14일 열린 일본과의 조별예선 3차전에서 한국계 혼혈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첫 골을 넣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일,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림픽 기간에 가족처럼, 친자매처럼 지냈던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헤어짐을 앞두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른 오전부터 밖으로 나와 북한 선수들을 배웅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선수들은 헤어지기 전,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아쉬움을 달랬다. 북한 선수들은 버스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버스 앞까지 마중 나온 한국 선수들이 “고마워 진짜”라며 작별인사를 건네자 북한 선수들은 “언니 그만 울어요”라고 말했다. 눈물을 잠시 멈추고 서로에게 손을 흔들던 남북 선수들은 누군가 “안녕”이라고 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머리 감독과 박 감독도 포옹하고 눈물을 보이며 작별 인사를 했다. 머리 감독은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런 슬픈 감정이 드는 걸 보면 단일팀이 정말 특별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원길우 북한선수단장은 버스에 오르기 전 “안녕히들 계십시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북한 쇼트트랙 윤철 감독은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한국 취재진의 인사에 말없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악수를 건넸다.
한국 최지연 아이스하키 선수는 “어제 북한 선수 12명에게 한 명씩 손편지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선물했다”며 “북측 선수들이 ‘평양냉면 먹으러 꼭 평양으로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