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장이 26일 검찰 성추행사건진상규명·피해회복조사단에 소환됐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폭로글을 올린 지 약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검사장은 조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 들어서며 “성실하게 조사헤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상대로 성추행과 직권남용 의혹을 모두 조사할 계획이다. 성추행 사건 이후 서 검사가 항의한 과정,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이후 2014~2015년 서 검사가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다 통영지청으로 인사발령이 난 배경 등을 살펴보며 안 전 검사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안 전 검사장을 출국금지한 상태다. 친고죄가 있던 2010년 발생한 성추행 혐의는 고소 기간이 지나 법적 처벌이 어렵지만, 성추행 사건의 사실 여부는 직권남용 혐의 적용의 밑바탕이 된다.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뒤 서 검사가 항의한 과정이 안 전 검사장의 보복성 인사 조치의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를 마친 뒤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검사장은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계속 칩거해 왔다. 그는 폭로글이 올라온 직후 법조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래 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범행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함의가 담겼던 해명이었다. 또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과 관련해선 “그 일이 검사 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