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마리몬드 대표, 아버지 윤호진 연출가 ‘성추행’ 사과

입력 2018-02-26 10:23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사회적기업 마리몬드의 윤홍조 대표가 연극인인 부친과 연루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표는 연출가 윤호진씨의 아들이다. 마리몬드를 설립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후원하며 할머니들의 사연을 디자인에 담아 각종 액세러리 등 소품을 만들고 있다.

윤 대표는 26일 마리몬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큰 충격과 통탄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마리몬드에 애정을 갖고 함께해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마리몬더들에게 걱정과 우려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그것은 가족인 경우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반드시 피해자분들께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시고 용서받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 대표는 “가족 내에 이런 문제가 있는지 모른 채 사업에만 몰두했던 점과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 모두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마리몬드의 향후 활동에 대해선 “앞으로 어떠한 캠페인이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꼼꼼한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의 부친은 ‘뮤지컬 대부’라고 불렸던 윤호진 에이콤 대표다. 윤호진씨는 24일 언론에 공식 사과문을 배포하며 “저로 인해 피해를 당하신 분의 소식을 들었다. 피해자분의 입장에서, 피해자분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이 상습적 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이 게재되자 입장을 밝힌 것이다. 28일로 예정돼 있던 신작 뮤지컬 ‘웬즈데이’의 제작발표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부친의 성추행 의혹에 윤 대표가 대신 사과한 이유는 마리몬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원하는 대표적 소셜벤처 기업이기 때문이다. 마리몬드는 매년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꽃 패턴을 이용해 다양한 물품을 제작·판매한다. 매출액 중 약 5%를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윤 대표는 사과문 말미에 “마지막으로 제 가족의 문제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많은 분의 진정성과 노력에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윤호진씨는 1995년 ‘명성황후’, 2009년 ‘영웅’ 등 주요 창작 뮤지컬을 연출한 뮤지컬계 대부다. 1992년 에이콤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제작과 연출에 참여했다. 28일 제작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던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恨)과, 할머니들과 함께 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 윤홍조 대표 입장 전문

마리몬드 윤홍조입니다.

최근 저의 부친인 윤호진 뮤지컬 연출가의 성추행 문제가 일어난 것과 관련하여 큰 충격과 통탄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마리몬드에 애정을 가지고 함께해 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마리몬더들께 걱정과 우려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상처를 주는 행위는 용납 받을 수 없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저의 가족인 경우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피해자 분들께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시고 용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는 제가 지금까지 마리몬드의 구성원들과 함께 마리몬드를 지켜온 신념이며 의지입니다. 저 스스로는 가족 내에 이런 문제가 있는지 모른 채 사업에만 몰두했던 점과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 모두 깊이 반성합니다. 앞으로 어떠한 캠페인이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꼼꼼한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마리몬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가족의 문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마리몬드 구성원들을 비롯하여 함께 힘을 모아 주시는 많은 분들의 진정성과 노력에 피해가 되지 않기를,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리몬드 윤홍조 드림.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