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운영·페이스 조절 등 압권… 2바퀴 남기고 스피드 끌어올려
올림픽 5번째 메달… 亞 빙속 최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승훈(30)이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개인 통산 5번째 올림픽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림픽 메달 5개를 따기는 이승훈이 아시아 최초다.
이승훈은 24일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결승에 출전해 60점을 따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매스스타트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종목이다. 특정 바퀴에 부여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뛰어난 경기운영과 자리싸움을 보여줬다. 특히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하는 페이스 조절은 압권이었다. 이승훈은 초·중반 레이스 때 하위권에서 달리며 체력을 비축한 뒤, 2바퀴를 남기자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썼다. ‘막내’ 정재원(17)의 도움도 빛났다. 정재원은 레이스 중반까지 두 번째 그룹 맨 앞에서 달리면서 선두그룹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4바퀴를 남기고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기도 했다. 맨 앞에서 뛰면 온몸으로 공기 저항을 받아야 해 체력소모가 크지만 이승훈을 위해 이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이승훈은 경기를 마친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이 됐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스퍼트가)내 유일한 장점이었고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며 “재원이 도움이 있었다. 같이 레이스 해 준 우리 재원이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남자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팀추월 은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승훈의 ‘올림픽 메달 5개’ 기록은 독보적이다. 4개의 메달을 따낸 선수도 없다. 한국 동계종목을 통틀어봐도 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1위(전이경, 박승희)다.
또한 이승훈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다. 이 종목은 체격 조건 등에서 유리한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강릉=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