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위하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에서 접견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대표단은 2박3일 체류 기간 동안 남북 간 현안을 두고 관계 부처와 릴레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 北 “북·미대화, 충분한 용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남북관계 진전 의지”
문 대통령은 오후 5시부터 강원도 평창 모처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1시간 동안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대표단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 북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도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 단일팀과 남북 공동입장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며 사의를 표하고 북한의 참가로 평창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진 점을 평가했다. 면담에는 문 대통령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했다.
◇ 文대통령-김영철 ‘면담 사진’ 비공개… 김여정 때와 다른 靑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25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에서 ‘면담’을 했다. 청와대는 시간과 장소를 비롯한 이 일정을 사후에 공개했다. 사진과 영상도 배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 때와 180도 달라진 대응이다. 문 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접견’은 평창이 아닌 청와대에서 이뤄졌고 사전에 일정이 공지된 상태로 사진과 영상을 모두 공개했다. 기자단의 사전 취재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사진 및 영상을 배포했던 관행이 이번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 일정과 장소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초 양측이 26일 청와대에서 공개리에 만날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이번 대표단은 일정이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았고, 정상급 대표단도 아니다”라며 “면담 내용을 사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결국 뒤늦게 오후 6시30분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5시쯤 평창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기자단에 사후 통보했다. 영상과 사진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영철 방남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면담 사실을 공개할 경우 비판이 거세질 수 있고, 면담 장소에 시위대가 결집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만나 직접 악수하는 영상과 사진도 여론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천안함 유족들은 이날 북한 대표단의 방남에 항의하며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서 시위를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청와대 오찬 때와는 정반대다. 청와대는 당시 오찬 일정을 김여정 방한 전날인 8일 공개했고 오찬 당일 기자단의 청와대 내부 취재도 허용했다. 사진과 영상 제공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1시간 동안 면담하며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면담이 끝난 뒤 2시간30분 만에 배포한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면서 북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 통일대교 점거에 ‘전진교’로 우회… 곡절 많았던 김영철 방남길
앞서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지원인력 등 8명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은 오전 9시49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오전 9시53분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지원인력에는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과 통역관도 포함됐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방남 당시 수행했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 이현 통일전선부 참사 등도 지원인력으로 파견됐다. CIQ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영접을 나갔다.
이들은 오전 10시15분 차량에 올라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이동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점거 농성을 벌이던 통일대교를 피해 동쪽 전진교를 통해 남쪽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해 올림픽 폐회식을 참관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등 299명은 26일 돌아간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 관계자 4명과 선수단 45명, 응원단 229명, 기자단 21명 등 299명이 26일 낮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등 고위급 대표단은 27일 귀환한다.
◇ 청와대 서면브리핑 전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대표단을 보내 축하를 해줘 평창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진 데 대해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입장을 해서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의 이런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쪽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데 생각을 같이 했습니다.
오늘 대화는 5시부터 1시간 동안 평창의 모처에서 진행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 등 북쪽 대표단 8명 전원과 접견을 한 뒤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남쪽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습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