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번지는 가운데 방송계에도 불길이 닿았다. 2011년부터 약 2년간 KBS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의 구체적인 폭로가 24일 SNS에 등장했다.
A씨는 2012년 6월 부서 차원의 1박 2일 MT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머리가 아파 쉬고 있을 때 팀장급 기자이던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누워있던 자신에게 다가온 B기자가 강제로 키스하고 몸을 만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A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강하게 막지 못했고,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없다고 부연했다.
A씨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건 2주 후 B기자에게 여러차례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만 내놨다고 한다.
이후 A씨는 부장에게 사실을 알려 B기자의 사과를 받았으나, 그마저도 MT에서 있었던 다른 행위에 대한 사과로 추행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4월 B기자를 고소했다. 그러나 부장과 팀장이 고소 취하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직도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직접 피해 내용과 2차 가해를 겪은 일들을 마음 속에서 절대 지울 수 없고, 현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의 ‘미투’ 관련 보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피해를 고백하는 글과 함께 KBS 보도 링크를 게시하며 “외부의 성폭력 사안을 제보받아 방송하기에 KBS가 매우 부족한 조직이라는 내 생각은 변함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KBS측은 “현재 회사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며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대응 과정에서 어떤 2차 피해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문제가 발견될 시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