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17일 대장정…‘역대급 올림픽’ 될 수 있었던 이유

입력 2018-02-25 17:27
평창=김지훈 기자

6개 종목에서 수확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대한민국 선수단이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만큼 이번 대회는 대내외적으로 ‘훌륭한 올림픽’이었다는 합격점을 받았다.

지금까지 치러진 어느 올림픽보다 매끄러운 대회 운영이 돋보였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의 컨디션이 완벽히 유지될 수 있게 다방면을 신경 썼고, 경기장 관리도 거의 완벽했다. 여기에 1만4545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있었다. 대회 중반에 들어설 때부터는 ‘문제가 없는 게 문제’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① 평화로웠던 ‘안전 올림픽’…우려로 끝난 ‘우려’

외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안전이다. 대회 시작 전 평창에 대한 우려는 팽배했다. 휴전 국가, 북한의 핵도발 등이 주는 이미지가 외국인에게는 충분히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라는 인식과 함께 실제로 대회 불참을 고민하는 국가도 있었다.

평창=김지훈 기자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 선언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대회 도중에도 중무장 군경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이 외신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밤늦게 이동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치안상태를 직접 체험한 것이다. 외신에서는 대회가 거의 끝날 때까지 살인, 강도, 총기 사고 등 강력 범죄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조명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같은 평창의 분위기를 전하며 평창올림픽을 ‘안전한 올림픽’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국의 총기 규제를 언급하며 “경기 도중 사격을 해야 하는 바이애슬론 선수들조차도 소총을 자신의 숙소로 가져올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② ICT 강국의 면모 보여준 ‘첨단 기술’

평창을 경험한 외국인들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에는 한국의 ‘첨단 기술’의 역할이 컸다. 한국을 찾은 손님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무장 군경을 배치하지 않는 대신 24시간 감시체계의 보안관제센터를 가동시켰다. 불순분자의 대회 시설 침입, 각종 테러, 안전사고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첨단 장비를 활용했다. 지능형 CCTV와 전술비행선 및 무인 항공기, 위치관제시스템 등이다.

국민일보 DB

한국의 첨단 기술은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에서부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T 5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실현된 1218대의 ‘드론쇼’는 개회식의 백미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대회 전 부터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을 일찌감치 예고한 결과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과 외국 관광객이 밀집된 평창과 강릉에는 초고화질화면(UHD)·가상현실(VR)·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 체험관을 마련했다. ICT 강국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었던 기회였다.

③ 최고 수준의 선수촌 시설…완벽한 ‘선수 중심’

역대 올림픽들과 가장 많이 비교되며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바로 선수촌 시설이다. 최고의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선수들의 활약이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숙소, 식사, 편의 시설 등 다방면을 신경 썼다.

USA TODAY SPORTS 캡처

선수 개인에게 큰 사이즈 침대를 배정해주고 제공된 이불은 고국으로 가져갈 수 있게 케이스까지 준비해 선물했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찾았다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서는 미용실, 헬스클럽, 마사지룸 등을 운영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음식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강릉 선수촌 식당은 180여명의 전문요리사가 24시간 배치됐다. 한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요리가 제공됐고, 종교적인 이유로 육식을 금하는 선수들을 위해 할랄 요리도 준비했다. 조리실을 아예 따로 두고 별도의 조리기구를 사용하는 등 섬세한 배려도 돋보였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역대 올림픽 중 음식과 관련해 선수 불평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④ 신기록 쏟아낸 경기장…빙질·설질 ‘최고 수준’

AP뉴시스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많은 신기록이 쏟아진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빙질·설질 덕분이다. 경기장 중 다수가 새로 만들어졌음에도 테스트 이벤트의 경험, 전문가들의 도움에 힘입어 완벽한 경기구역을 조성했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의 경우 국제스키연맹(FIS) 감독관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기장”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스켈레톤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은 “얼음 상태가 굉장히 좋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얼음”이라고 평가했다. 첨단 제빙시설로 빙면의 컨디션이 유지되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도 선수들의 신기록 행진과 함께 빙질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강릉=윤성호 기자

이같은 반응이 나오기까지 경기장의 빙판은 250번 이상의 손길이 닿았다. 5㎝의 얼음을 만들기 위해 0.2㎜ 두께의 빙면 생성을 250번이나 반복한다. 한번에 많은 양의 물을 뿌리면 산소가 많아져 얼음의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스아레나 빙질을 총괄하는 사람은 과거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했던 배기태씨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7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고 25일 폐막한다. ‘역대급’ 올림픽이라는 찬사가 마지막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25일 오후 8시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막식에도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폐막식은 ‘넥스트 웨이브’(미래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