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천안함 폭침’ 김영철 방남을 허용했나

입력 2018-02-25 16:51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방남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의선 육로를 점거하고 육탄 저지에 나섰다. 천안함 사태 유족도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 대다수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청와대가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김영철 방남을 수용한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 단순 ‘폐회식 참가’ 때문은 아닐 것이다

김영철 방남 목적은 명목상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가다. 그러나 단지 폐회식 참석만을 목적으로 방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방남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화해 등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일행의 경우 미국과 접촉이 틀어졌다. 따라서 그보다는 더 핵심이 담긴 카드를 들고 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이 24일 북한과 대화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왕 대화하려면 실세와 해야 한다

김영철은 북한 군부 내 대표적 ‘대남통’이다. 북한 대남정책 총괄 조직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 대화에 관여해왔고 가장 최근인 2007년까지 계속해서 남북 국방장관회담 북측 대표단에 속해 남북 간 접촉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2009년 대남 공작 사령탑인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됐다. 이후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면서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협상에는 적임자라는 평이다.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북측 인사와 대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반발 여론을 감수하면서 방남을 수용한 이유로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영철이 내놓을 메시지는?

가장 파격적인 카드는 물론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이다. 김영철이 해당 내용을 염두에 두고 대화에 임한다면 북미 대화에도 큰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큰 카드를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시한부 도발 중단’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