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2단계(Phase Two)'로 가야할 것”이라며 “2단계는 매우 거칠고 세계에 매우매우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내가 꼭 그 카드를 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보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다만 “희망컨대 제재가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정말 불량 국가”라고 지칭한 뒤 “우리가 협상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고, 협상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국적의 선박 27척과 선박회사 28곳, 개인 1명 등 56개 제재대상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의 전망을 키웠다”고 보도했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석유를 수입하고 석탄을 팔기 위해 해상에서 불법 밀수하고 있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재 명단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특히 미국이 해안경비대 소속 함정들을 아시아·태평양 해상으로 파견해 금수품목을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에 대한 해상검문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동맹국들과 함께 해상검문 방안을 협의해왔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를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미국이 자국법에 따라 중국의 법인과 개인에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측에 엄중 항의했으며, 즉시 잘못된 방식을 중단하고 양국의 협력에 손상을 미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기업들은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부차관은 “한반도 상황이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이를 위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미국간 회담도 재차 촉구한다”면서 “남북관계의 회복 흐름이 이 지역 군사행동 재개라는 경솔한 움직임으로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