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8)씨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두 여성을 알게 됐다. 22세 B씨와 15세 미성년자 C양. A씨는 이들과 온라인 채팅을 하며 신체가 노출된 사진을 받았다. 일단 ‘민감한 사진’이 확보되자 A씨와 두 여성의 채팅은 ‘협박’으로 바뀌었다.
A씨는 2015년 5월부터 B씨와 C양에게 알몸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자신에게 보내라고 수차례 주문했다. 보내지 않으면 이미 확보해둔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과 그에 따른 사진 및 동영상 전송은 그해 12월까지 계속됐다.
결국 수사 당국에 적발된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과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어린 피해자들이 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었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제추행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있는 경우와 같은 정도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요죄만 유죄로 받아들였다.
대법원 1부는 25일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도구로 삼아 피해자 신체를 이용해 추행 행위를 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할 수 있다”며 “피해자를 이용해 강제추행의 범죄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가려보지 않은 채 강제추행이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