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방남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소감 등을 묻는 남측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 없이 CIQ를 통과했다. 굳은 표정이었다.
북측 대표단은 오전 9시53분 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오전 10시11분 CIQ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으로 구성된 취재진인 “방남 소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생각” “방남 기간에 한국 정부와 나눌 이야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으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북측 일행은 오전 10시15분 제네시스 EQ900 승용차에 올라 출입사무소를 떠났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들을 맞이했다. 북한 대표단은 김 부위원장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해 수행원 6명 등 총 8명의 규모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저녁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표단과의 직·간접 접촉이 주목된다.
하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만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방한 중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현재로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예정된 북미 만남은 없고 미국은 대북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 등은 2박3일간 남측에 머물다 27일 돌아간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날짜와 장소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25일 문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표단이 오기로 한 만큼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와 발전, 화해 등을 위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북측 대표단 방문과 관련해 "지난번에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최고위급에서의 (남북간 대화) 채널이 열렸던 것처럼 그런 고위급 단위의 채널들이 적극적으로 열리고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 만남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북·미 양측이 접촉할 가능성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난번에 한 차례 만남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고 갔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생인 김영철 부위원장은 '혁명유자녀'들을 북한 최고의 엘리트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이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교도 졸업했다. 인민군 대장까지 올랐으며 군부 간경파로 분류된다. 대남공작 부서인 총정찰국장으로 있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포 포격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후 2015년 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었던 김양건이 사망하자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정치국 위원, 당 통일전선부장,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도라산=공동취재단,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