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경의선 육로로 내려온 25일 보수와 중도 성향의 두 야당은 각각 파주와 대전을 찾았다. 자유한국당은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을 벌였고, 바른미래당은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한국당은 오전 9시부터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루트인 통일대교 남단에 몰려갔다.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영철방한저지투쟁위원장인 김무성 전 대표 등은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 부위원장 방남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뒤 통일대교로 이동해 밤샘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김 부위원장이 내려오는 길목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통일대교 남단 도로를 점검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주광덕 의원도 동행했으며 보좌진 10여명도 함께했다. 탈북자 단체인 북한인권단체총연합 회원들도 합류했다.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친형 민광기씨도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더해 홍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이날 오전 통일대교에 간 것이다.
한국당은 청계광장에도 천막을 설치한 채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돌아가는 27일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최근 잇따라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는 "고스란히 북한에 나라를 바치고 있다"며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데 오로지 광적인 지지세력만 보고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 역시 "김영철을 환대하는 것은 젊은 장병들을 철저히 배신하는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김영철을 환대해놓고 한 달 뒤 천안함 8주기에 장병 묘역을 참배한다면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간 용사들이 대성통곡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5일 오후 나란히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다. 현충원의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할 계획이다. 한국당만큼은 아니지만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의 방남에 바른미래당은 비판적 목소리를 견지해 왔다. 유승민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천안함 46 용사를 살해한 전범 김영철이 북한 대표로 대한민국에 온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김영철을 거부하기는커녕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국방부에다 민주당까지 총동원되어 전범 김영철의 죄를 사면해주려고 대신 나서서 갖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전범을 비호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천안함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분은 어제 제게 ‘대통령은 사람 중심이라고 했다. 천안함 희생자들은 사람 아닌가? 우리가 조용히 있었던 것은 내 자식이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예는 지켜줘야 하지 않는가. 국군통수권자가 어떻게 김영철을 만날 수 있나?’라고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유가족의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은 지금 김영철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고 비겁한 투명인간처럼 뒤에 숨었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인 것은 맞지만 김 부위원장이 주도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김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책임 있는 인물이라며 이번 방남 수용과 관련해 국민에 대승적 차원의 이해를 요청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