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서 ‘재’만 빼면 됩니다. 문인 전 광주시행정부시장 출사표

입력 2018-02-25 00:12 수정 2018-03-15 08:17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에서 ‘재’만 빼면 됩니다. 그러면 바로 문인 文寅입니다”

문인 전 광주시행정부시장의 출판기념회가 24일 오후 광주 일곡동 광주교통문화연수원 대강당에서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개최됐다.

문재인 마케팅을 활용한 출판기념회에는 정·관계 주요인사와 시민 청년 등이 골고루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문 전 부시장은 6·13지방선거에서 광주 북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날 출판기념회는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놓는 다른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행사와는 달리 ‘자서전’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주최 측은 출판사 예매를 통해 원하는 이들만 책을 사 볼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과 전 북구갑 위원장이자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강기정 전 의원 등이 축사했다.

문 전 부시장과 한양대 77학번 동창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종걸 박영선 박광온 전혜숙 국회의원, 윤장현 광주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축사인사를 건넸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과 김창식 한국ICT융합협동조합 이사장 등 학계와 경제계의 덕망 높은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7명의 연주자와 듀엣 등으로 구성된 ‘그레이스 앙상블’의 클래식 사전공연과 내빈소개 등에 이어 무대에 오른 문 전 부시장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인(寅)은 ‘공경한다’라는 의미”라고 소개한 뒤 “고시 합격 이후 31년간 중앙부처와 광주시에서 공직자로서 열정을 바쳐 시민들을 섬기고 공경했으니 어느 정도 이름값은 한 것 같다”고 공직생활을 회고했다.

‘기술 관료에서 행정부시장까지 두루 경험한, 종합 행정가 문인 전 광주행정부시장의 도시재생 철학과 비전을....’.

문 전 부시장은 “세련된 글쟁이는 아니지만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귀한 주말시간을 쪼개 참석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스탠딩 토크를 이끌어갔다.

그가 펴낸 자서전 ‘문인, 도시를 살리다'에는 그동안 공직생활에 얽힌 사연과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4개의 장으로 나뉘어 담겨 있다.

1장 ‘흙을 쌓고 나무를 얽다’ 편에는 전남 영광의 유명 한의사이던 아버지와 내과 의사이던 아버지를 둔 그의 유년시절 성장과정이 소개됐다.

온갖 난관을 뚫고 1급 공무원에 오른 그가 어렸을 적에 어떻게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을 형성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2장 ‘벽을 눕히면 길이 된다’ 편에는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이후 건설부와 내무부 시절,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추진력과 사명감을 보여주었던 모습을 담고 있다.

광주시 제2순환도로 건설과정에서 숨은 역할을 한 그의 열정도 실렸다.

3장 ‘막힌 곳을 뚫고 굽힌 곳을 편다’ 편에는 광주시에서 근무하던 기간 주요 업무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와의 소통능력, 중앙부처와의 관계에서 조정능력, 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 등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여과 없이 담아냈다.

4장 ‘다시 살아나는 광주 북구를 꿈꾸다’ 편은 북구 부구청장과 구청장대행으로서 2년간 경험했던 북구 이야기와 함께 광주역, 도시공동화, 복지예산 등에 관한 전문가 대담을 통해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문 전 부시장은 2015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치른 부시장 재직시절은 물론 과거 광주시 자치행정국장과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5년 3개월여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도 시청에 거의 매일 출근하던 일벌레였다”고 회고했다.

전 공무원 김모(63)씨는 “그는 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 자치행정국장을 섭렵한 광주행정의 산증인”이라며 “3개 핵심요직에 중용된 7년 가까운 기간 동안 명절 2~3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청에 출근한 것으로 안다”고 그의 성실함을 높이 샀다.

업무에는 항상 엄격했다. 하지만 ‘실력을 갖춘 직원’들은 매우 대하기 편한 상관이었다는 게 후배 공무원들의 객관적 평가다.

그가 기관장을 처음 맡은 북구청장 권한대행으로 근무하던 시절은 물론 광주시 주요 간부로 일할 때 명절마다 집에 배달된 선물 꾸러미를 일관되게 ‘반송’했다는 일화는 택배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번 출판기념회 역시 여느 행사처럼 강매나 다름없이 책을 판매하지 않은 게 무척 이채롭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통상적으로 출판기념회를 통해 ‘선거자금’을 비축해온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인 김모(60)씨는 “다른 이들의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한 권만 사는 게 민망해 보통 열권 이상 집어 들어야 했다”며 “누구보다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해온 문 전 부시장의 진실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행사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1958년 11월8일 태어난 문 전 부시장은 광주일고와 한양대 공대,한양대 대학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에는 전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기술고등고시를 합격한 이후 내무부 방재과와 건설부 국토계획과 등 중앙부처를 거쳐 1994년 광주광역시청 도로과장, 지하철건설보누 기술부장, 월드컵추진단장, 지하철건설본부장, 건설국장, 광주 북구 부구청장, 북구청장 권한대행, 자치행정국장, 상수도사업본부장, 의회사무처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후 공공기관 지방이전추진단 지원국장, 안전행정부 정부청사관리소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4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제17대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2017년 10월까지 서민금융진흥원 상임이사로 일하다가 현재 지방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문 전 부시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주민들을 섬기는 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