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에서 처절함까지. ‘괴물들’은 배우 이원근(27)의 연기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영화다. 선(善)과 악(惡)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시시각각 그의 얼굴에 비친다.
‘괴물들’은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다. 극 중 이원근은 교내권력 1인자가 불의의 사고로 입원한 뒤 그 자리를 차지한 2인자 양훈(이이경)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 재영 역을 맡았다.
극한 상황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던 재영은 양훈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어느 날 양훈은 학원 퀸카 보영(박규영)에게 반하고, 재영에게 보영의 집을 알아내라고 지시한다. 재영은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보영과 똑같이 생긴 정신지체 장애인 예리(박규영)를 이용하고 만다.
폭력의 피해자였던 순수한 소년이 한순간 가해자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기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택은 점차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그런 재영의 혼란스러움과 짙은 죄책감을 이원근은 차분하게 그려나갔다. 심적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도 무리 없이 극의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이원근은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괴물들’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에서는 치열하고 재미있게 촬영했지만 무거운 신을 찍는 날이면 이상하게 악몽을 꿨다”며 “감독님한테도 ‘이런 꿈을 꿔서 많이 힘들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 소화를 위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탄탄히 준비를 해나갔다고. 이원근은 “역할 상 연약하게 보여야 할 것 같아서 살을 뺐다. 원래도 말랐는데 좀 더 살을 빼서 갈비뼈가 보였으면 했다. 제 몸무게에서 3㎏를 빼면 사실 남는 게 없는데, 그 정도 감량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적으로는 10대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고민을 했다”며 “보통의 10대는 충동적인 경향이 있지 않나. 나도 그런 과정을 거친 것 같다. 10대의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다만 재영이 폭력을 미화하는 캐릭터는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여야 할 10대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낸 ‘괴물들’은 오는 3월 8일 관객을 만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