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비리 폭로 위기감에 지청장 동원 동향파악 의심
사건 고소인이자 변호사에게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검사가 “상관이 연락해 (변호사에게) 잘해주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가 내부 윗선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36) 검사는 최인호(57·구속) 변호사에게 각종 자료를 넘긴 배경으로 ‘A지청장’을 지목했다.
추 검사는 2014년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에서 근무할 때 최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했다. 최 변호사는 동업자였던 조모(40)씨를 50억원대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며, 조씨는 그해 6월 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추 검사는 9월부터 재판에 투입된 후 최 변호사에게 조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과 인터넷 서신기록 등 다량의 수사 자료를 제공했다.
추 검사는 서울고검 감찰부 조사 과정에서 “A지청장이 연락해 ‘최 변호사에게 잘해주라. 도와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A지청장은 추 검사의 초임검사 시절 직속 부장검사였다. 2014년 당시에는 다른 검찰청 소속이었다.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25기 동기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자신의 비리를 폭로할 기미를 보이던 조씨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A지청장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A지청장과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A지청장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인맥, 학연 등을 두루 활용해 각종 수사 및 소송에 대응한 것으로 보고 비호세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2011년 대구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승소한 뒤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다.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횡령·탈세 혐의를 조사했고, 이듬해 서울남부지검은 배상금 일부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한 의혹을 조사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지난 6일 최 변호사를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한 뒤 법조계 및 지난 정부 유력인사 유착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