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 김영철 방남 지난달부터 준비

입력 2018-02-23 19:53
정부, 김영철 방남 지난달부터 준비 기사의 사진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김영철 당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인민군 정찰총국장(왼쪽)이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지난달부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예상하고 관련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에 어떤 인물을 보낼지 검토하기 위해 대남 사업 관련자들을 스크린했다”며 “김영철 역시 대표단에 포함될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남 사업 관련자들은 대부분 정부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그중 한 명인 김영철 방남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영철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파견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유력 후보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낙점했고, 김영철을 폐회식에 내려보내기로 결정했다. ‘깜짝 카드’인 김여정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고 김영철을 통해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김영철의 방남으로 북한 노동당의 핵심 3대 조직(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통일전선부)을 사실상 모두 면담하는 만큼 포괄적 현안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앞서 방남한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대표 역할을 했고, 김영철이 오면 통일전선부의 최고위직과 면담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을 떠받치는 핵심 측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으며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겸직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의 핵심기구로 당내 인사와 조직 관리 등을 담당한다. 이 관계자는 “김영철이 방남하면 남북 관계와 비핵화 등 깊숙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철의 방남으로 국정원과의 채널도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김영철의 카운터파트가 서훈 국정원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편 남북은 27일 오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북한의 평창패럴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