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에서 묵상과 이웃사랑 실천까지… 사순절, 어떻게 보내세요

입력 2018-02-23 13:49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생각하고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 사순절(四旬節, 2월 14일~3월 31일)이 지난 14일 시작됐다.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46일 전인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종려주일’을 거쳐 ‘부활주일’ 전야까지의 40일을 말한다.이 기간에 있는 일요일(6회)을 제외하면 꼭 40일이 되기 때문에 사순절이라고 한다.성경에서 40이란 수는 의미가 깊다. 예수께서 40일간 광야에서 시험받으심, 모세의 40일 시내산 금식, 이스라엘의 40년간 광야 생활, 예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 고난과 갱신의 상징적 기간으로 등장한다.


국민일보는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서 ‘사순절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제안’을 받았다.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금식하겠다는 다짐이 많았다. 예수의 고난을 기록한 마태복음을 필사하거나 새벽기도에 나가겠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사순절 기간 동안 부르면 좋은 찬양곡을 추천하거나 ‘성경 읽기표’ 등을 활용하겠다는 등의 톡톡 튀는 글도 눈길을 끌었다.

기호식품(커피, 초콜렛), 군것질, 게임을 삼가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영주(Young Ju Ha)씨는 “하루에 열 잔씩 라지 사이즈로 마시던 커피를 끊었더니 벌써 힘이 든다”면서도 “주님의 고난에 맞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절제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적었다. 다니는 교회에서 사순절을 금식기간으로 정한 뒤 금식을 통해 모은 헌금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겠다고 알려온 페친도 있었다. 김란씨는 “우리 교회에서는 금식으로 모은 헌금을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데 쓸 예정”이라면서 “마태복음 필사도 함께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마태복음 1장을 필사한 사진을 올려 다른 페친들의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을 읽고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고 사순절을 뜻있게 보내겠다는 페친들이 많았다. 이호진, 한혜원, 장만희, 최경구씨 등 여러 명은 새벽기도회에 참여하는 등 보다 뜨겁게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세은씨는 (다니는 교회의) 고등부 친구들과 함께 사순절 묵상집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씨는 “묵상집을 만들면서 마태복음을 통독하고 필사하는 등 사순절 기간 동안 예수님의 생애를 쭉 훑어볼 생각”이라고 썼다. 송명선씨는 “초등부 친구들과 사순절 말씀 필사를 시작했다”면서 “아직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려운 말씀이지만 악한 이 세태에 우리 아이들을 지킬 힘은 말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주희씨는 “가족들과 함께 사순절 동안 말씀 읽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TV나 인터넷 등 미디어 금식을 실천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김지아씨는 “사순절 기간 동안 온전히 주님께 집중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게 되새기려고 한다”면서 “하루 한 끼 절식과 성경통독 및 암송, 특별 새벽기도에 동참하고 미디어 금식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련화씨 또한 TV를 켜지 않고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내겠다고 했다.

김수정씨는 ‘사순절 말씀 읽기표’ 사진을 올리고 “사순절에 맞춰 예수님의 고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묵상하기로 했다”면서 “제가 속한 공동체에서 순서를 정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씀을 올리고 저녁에는 말씀에 근거한 기도문을 작성해 단톡방에서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고, 우리 주변에 아픔을 당하는 이웃과 친구를 찾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곽혁수씨는 40일간의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500원씩 특별헌금을 넣도록 제작된 ‘코인북’을 소개했다. 매일 묵상하며 예수의 고난을 생각하고 작은 동전을 모아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독특하게 헌혈로 사순절을 보내겠다거나 사순절에 부르면 좋은 찬양곡을 소개한 페친도 있었다. 정상돈씨는 “남들은 금식하지만 전 더 잘 먹고 헌혈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김경중씨는 “사순절에 부르기 좋은 찬양이 있다”면서 ‘주 하나님 왜’(옹기장이 선교단), ‘우리 때문에’(클래식콰이어) ‘그가 오신 이유’(박상규) 등을 나열했다.

목회자들은 사순절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을 점검하며 새로운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옷만 찢지 말고 심장(마음)을 찢어라…”(요엘 2:13)는 말씀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아 주님께 돌아올 것을 촉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사역자들은 사순절 기간을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단식과 기도, 구제의 시간으로 보낼 것을 제언한다. 아무런 목표없이 절식이나 금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예수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작은 물질로 이웃을 돕는다면 의미 있는 사순절이 될 것이다.

또 사순절은 평소보다 많은 영성훈련을 쌓을 것을 권면 했다. 가족이 함께 새벽기도나 심야기도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가족이 신약성경 읽기 혹은 신약성경 옮겨쓰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생활자세다. 그리스도의 고난당하신 역사적 현장, 초대 교회의 발자취를 살피면서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재정립하는 마음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도 선교사들의 선교와 순교의 발자취가 담긴 기독교 성지들이 많다.

이와 함께 가정생활 중 불필요한 소비는 없는지 점검하고 개인의 구원과 연관된 묵상을 하며 성 금요일엔 가족이 힘께 금식을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성도의 마음을 표현해 보자. 가정예배는 예수의 수난 행적과 가상칠언을 중심으로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지현 선임기자,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