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쉰다는 것은 의식도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일을 가장 극복해야 하는 짐으로 지고 매일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 환자들이다.
이들이 비장애인도 상당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을 희귀병이라는 짐을 지고도 이뤄내고 있다. 사지마비 상태이거나 인공호흡기를 매일 사용해야하는 하는 중증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도 버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있다. 바로 대학 입학과 졸업이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소장 강성웅)는 오는 27일 오후3시 3층 중강당에서 올 봄 새 학기에 대학에 입학하는 근육병 환자들과 영예로운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호흡재활 환자들을 동시에 축하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진행되는 이 특별 행사에는 각종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걷는 것은 물론 사지마비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호흡근육 약화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생명까지 위협받던 환우 14명과 가족들, 호흡재활치료에 매진해온 의료진과 경제적·물질적 지원을 해준 후원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며 축하와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기회가 마련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갈 청소년 시절부터 움직이는 것은 물론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던 이들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를 통해 어둠 속에서 나와 당당하게 학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새 삶을 개척해나가는 감동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날 축하 행사에는 수년째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김석훈 씨와 포미닛의 멤버였던 전지윤 씨도 참여해 환우들에게 힘과 용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 중증 척수손상 등은 한 번 겪기 시작하면 평생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은 그야말로 ‘특별하다’는 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서서히 신체 근육이 퇴화돼 호흡근육까지 약해지기 때문에 인공호흡기의 도움의 받지 않고는 생명까지도 이어갈 수가 없는 위험을 극복하고 이뤄낸 값진 결실이어서다.
강성웅 소장(재활의학과 교수)은 “평창 동계 올림픽 후 다음 달 9일부터 패럴림픽이 열린다. 불굴의 의지로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한 우리 근육병 및 호흡재활 환우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지난 2000년부터 우리나라에 호흡재활치료를 도입해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고 있다.
강 소장에 따르면 호흡재활치료를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인공호흡기 없이는 생명 유지가 힘든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동료 의사들조차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적절한 의료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경제 사회적인 여건이 갖춰지면서 불신의 눈길이 거두어졌고, 나날이 많은 환자들이 호흡재활에 성공, 훌륭한 대학생으로, 훌륭한 사회인으로서 새 삶을 일궈 나가게 됐다고 강 소장은 전했다.
강 소장은 “호흡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적 편견”이라며 “이번 대학 입학 및 졸업 축하연과 같은 행사가 호흡부전 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선입관과 편견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강남세브란스병원, 장애 극복 한국의 호킹들 졸업·입학 축하연 개최
입력 2018-02-23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