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파견’ 민주·한국 설전…“평화 훼방 말라” vs “국회 보이콧 고려”

입력 2018-02-23 10:32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키로 하면서 여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어렵게 마련된 평화 무드를 깨려한다고 비난했고,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알려져 있는 김 부위원장 방남을 강행할 경우 국회 보이콧도 고려하겠다고 맞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김 부위원장이 폐회식에 참석키로 한 것은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에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당은 북한 고위급 인사를 꼬집으며 마지막까지 올림픽 훼방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2010년 천안함 사건 민·군 합동조사에서 김 부위원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 발표였다”고 부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2014년 10월 남북군사회담과 관련해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남북대화를 꾸준히 이어가길 바란다’는 논평을 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북측 수석대표로 판문점 남측에서 열린 회담에 참석했다. 우 원내대표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 높이 평가했던 회담 당사자인 2014년 김영철은 지금 거품물고 막고 있는 2018년 김영철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이 김 부위원장 방남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영철은 대남공작 총책임자이자 제2의 6·25 전범자”라며 “대남공작 총책임자를 남한 땅에, 그것도 평화를 앞세우는 올림픽 폐막식에 올 수 있게 문을 열어준다는 건 참으로 무례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2014년 남북군사회담 당시 김 부위원장이 북측 대표였던 것에 대해서는 “그때는 군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만났던 거고 이번엔 세계 평화의 제전에 대남공작 총책임자를 내려보내는 것”이라며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청와대 항의방문에도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사무총장은 “일단 국회에서는 해당 상임위를 열어 사실 규명을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며 “그래도 김영철 문제를 고집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국회 전체 보이콧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여정 방한에 이어 김영철 방한은 평양올림픽의 마지막 수순”이라며 “점입가경이란 말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김정은의 남남갈등, 한·미 이간 책동에 부화뇌동하는 친북 주사파 정권의 최종목표는 결국 연방제 통일이냐”며 “평창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